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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복더위의 유희

여름의 전성기는 삼복에 있다. 복날의 유래는 중국 진나라 때부터라고 하며, 일 년 중 가장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때이다. 삼복에는 조정에서 신하들에게 고기를 나누어 주었으며, 일반인들도 식욕 보충을 위해 육류나 영양가 높은 음식을 먹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조선 헌종 15년에 홍석모가 지은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에도 삼복에 관련된 세시풍속이 전해온다. ‘삼복지간(三伏之間)에는 입술에 붙은 밥알도 무겁다.’는 말은 무더운 날씨에 기운이 얼마나 허약하고 피곤해지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 삼복(三伏)이란 초복 중복 말복을 말한다. 이때가 몹시 더운 시기라 '삼복더위'라는 말도 생겼다. ‘복(伏)’은 사람이 개처럼 엎드려있는 형상이다. 伏(복)자에 犬[개]자가 들어갔다고 해서 보신탕을 먹는 사람도 있으나,..

나의 이야기 2022.08.23

뻐꾸기 목사

다른 새 둥지에 알을 낳아 위탁하는 새가 있다. ‘뻐꾸기’이다. 주로 붉은 머리 오목눈이 새나 딱새의 둥지에 알을 낳는다. 둥지를 튼 새들은 그것도 모르고 뻐꾸기의 알을 애지중지 품는다. 알에서 깨어난 뻐꾸기 새끼는 큰 몸짓으로 친어미 새끼들을 둥지 밖으로 떠밀어 버린다. 먹이를 독식하기 위한 살상행위이다. 그것도 모르는 붉은 오목눈이 새나 딱새는 뻐꾸기 새끼를 제 새끼인 양 정성껏 키운다. 자기 새끼를 다 죽인 뻐꾸기 새끼를 저보다 몸짓이 훨씬 클 때까지 먹이를 준다. 언젠가 TV 다큐멘터리에서 그것을 보고, 미련하기 짝이 없다는 생각과 함께 분통이 터졌다. 뻐꾸기는 흔히 산지에 서식하는 여름 철새로 우리나라에서는 5월에서 9월 사이에 볼 수 있다. 겨울철에는 다시 아프리카, 방글라데시, 미얀마로 돌아..

나의 이야기 2022.08.07

큰딸의 화혼

큰딸이 결혼하는 아침에 비가 왔다. 야외 결혼식을 준비하고 노심초사 기도하며 기다린 오늘이다. 가뭄을 해소하는 단비가 촉촉이 내리는 건 좋은 일이기도 하다. 인터넷으로 일기예보를 열람해 보니 감사하게도 결혼식이 있는 오후에는 비가 그친단다. 결혼식 시간을 오후 5시로 예약하고 온 딸이 좀 생뚱맞다고 여겼는데, 그것이 단순한 결정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날씨부터 신비한 조화를 보여준다. 나는 며칠 전부터 아내에게 간곡히 당부한 것이 있다. 결혼식장에서 울지 않는 것이다. 가만히 듣고만 있던 아내가 오히려 나를 반박했다. “울기는 왜 울어? 당신이나 울지 말아요! TV 드라마 보다가도 잘 우는 사람이 누구지요?” 나는 마음이 들켜버린 듯 움찔했다. 사실은 아내보다 내가 더 큰 문제였다. 이 세상에 딸 바..

나의 이야기 2022.07.06